대기업 임원 상대 중기 담당자 뇌출혈 사건…결국 산업재해 불승인

직장내괴롭힘이나 산업재해 등 각종 노동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사용자의 책임이 대폭 강화된다.
대기업 임원 상대 중기 담당자 뇌출혈 사건이 결국 산업재해 불승인 받았다.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지난해 8월 근로복지공단은 '추골동맥박리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한 30대 가장 A 씨의 과로사 산재신청사건을 불승인하였다. A 씨는 지난 2019년 7월, 고객사인 대기업 임원과의 1:1 회의 직후 두통을 호소했으며, 3일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A 씨의 유족은 실무담당자가 프로젝트의 결정권한을 가진 고객사 고위 임원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며, 해당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임원과 독대하여 회의를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로젝트 종료를 앞둔 마지막 회의 직전 고객사 임원이 두 차례 회의시간을 변경했으며, A씨는 식사도 거른 채 상대방을 기다렸다. 그렇게 어려운 미팅 직후 A씨는 두통을 호소했으며, 곧이어 뇌출혈로 사망에 이렀다. 

유족측은 이런 사실관계만 보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가 뇌출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고객사의 임원은 프로젝트의 시작과 종결 및 중단의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수퍼 甲인 반면 실무를 담당한 A 씨는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각 파트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실무직원에 불과하여 체급이 맞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반면 회사측은 실무 담당자가 고객사의 실무진이 아닌 임원과 미팅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며, 고객사의 사정으로 인한 회의시간 임의 변경이나 회의 중 임원이 전화 받는 등 다른 업무를 하는 행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산재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고객사의 임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유족 측 요청에 답변을 거절하였다. 

■ 컴퓨터 접속시간만으로 근로시간 산정, 스트레스 요인 고려 부족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에 대해 ‘고인이 사용하던 컴퓨터 로그인 로그아웃 자료 등을 검토하였을 때 근로시간이 30%이상 증가되지 않았고, 고인이 겪은 사실이 스트레스로 작동할 수는 있지만 상병 발병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스트레스로 보기 어려운 점, 추골동맥박리가 주로 외부충격이나 내부 염증 등에 의해 발병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고인의 뇌출혈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다. 
 
현행 과로사 산재 인정기준에 따르면,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발병 전 일주일 동안 업무시간 등이 이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보다 30%이상 증가한 경우,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 등이 1주 평균 60시간 넘는 경우” 등에 한하여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을 거의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업이나 경비직 등 근로시간이 긴 직종에는 의미 있는 기준이나,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사무직 등의 근로자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특히 A 씨와 같이 ‘고객사를 응대’하는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매우 클 수밖에 없으나 이조차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 유족 측, 개인의 체내 염증 때문이라는 결론 받아들이기 어려워

 A 씨의 유족은 회사는“회사는 유족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급여명세서나 근로시간에 관한 자료 등 지극히 기본적 자료를 요구에도 제대로 제공조차 하지 않았다. 

고객사 임원은 유족들이 만나달라는 요구에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공단은 그런 회사에서 제공한 컴퓨터 접속 자료만 가지고 A 가 존재하지도 않는 외상이나 체내 염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공단은 도대체 누구편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사건 담당 노무사는 “고객사를 응대하는 근로자는 다른 수준의 감정노동자라 보아야 한다. 이들은 ‘수퍼 갑’을 상대하는 ‘마이크로 을’이다. 재해자는 고객사 임원과의 마지막 미팅 직후에 두통이 발생했음에도 고인이 겪었던 극도의 스트레스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경직된 심사기준과 사안에 공감이 부족한 심사위원들의 기계적 판단에 따른 결과」라며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스트레스 요인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취지의 제도 개선을 통해 앞으로 심사될 사건에 이를 반영해 심사해야 하며, 이미 결정되거나 심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해 심사해야 할 것“이라며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