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고공행진 쿠팡..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에 발목 잡힐까

코로나19 바람을 타고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쿠팡, 그러나 택배노동자 등 근로환경을 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사진=쿠팡)
코로나19 바람을 타고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쿠팡, 그러나 택배노동자 등 근로환경을 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사진=쿠팡)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서 뉴스리포터] 쿠팡의 성장세가 심상치않다. 뉴욕 증시에 오프닝벨을 울리며 데뷔한 쿠팡은 공모가보다 40.7% 상승한 시총 1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한국판 아마존'이 되기 위한 첫 발을 뗐다.

이와같은 쿠팡의 화려한 데뷔전 뒤로 쿠팡 소속 택배, 물류 노동자로 일하던 이들이 과로사한 소식은 잊혀져갔다.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노동자 근로환경 문제에 대한 명암이 엇갈리자, 쿠팡의 가시적 성과에도 일부 여론은 싸늘하게 나타나고 있다.

쿠팡의 뉴욕 증시 데뷔가 기대보다 높은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국내에서 있었던 비약적인 성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바람을 타고 지난해 쿠팡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쇼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쿠팡의 매출액은 1년 새 약 9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2021년 1월 결제추정금액이 2조 4000억 원이며, 사용자는 2000만 명에 달한다. 모두 역대 최고 수치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된 결제추정금액은 법인거래는 포함하지 않고 있어 실제 매출 및 사용자 증가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쿠팡 및 쿠팡이츠의 월간 결제금액 추이(사진제공=와이즈랩)
쿠팡 및 쿠팡이츠의 월간 결제금액 추이(사진제공=와이즈랩)

이처럼 쿠팡이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은 데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한 역할을 차지했다.

쿠팡은 배송기사를 ‘쿠팡친구’라고 명칭을 정해 이들을 공짜노동이라 불리던 택배 분류작업도 분리시키고 평가를 통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등 택배산업에 파격적 행보를 보이며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던 것.

그러나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도 지난해 쿠팡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의 과로사 사건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쿠팡 택배기사 1년 간 6명 사망, 택배노조 “과로사가 주된 원인”
지난 3월 7일 쿠팡 택배기사 이씨가 거주하던 고시원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사망 전날인 3월 6일 ‘쿠팡친구’를 관리하는 캠프리더 A씨가 근무를 마치고 귀가 이후 새벽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 7일 이 씨의 사망소식까지, 지난 1년간 쿠팡에서 근무 중인 노동자 중 사무직을 포함해 총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망 소식은 이틀 새 두 차례나 전해져 쿠팡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연이은 사망 소식에 8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원회 측은 “이씨는 평소 지병이 없었으며 부검 1차 소견이 전형적인 과로사 증상임으로, 이씨의 사망 원인은 심야·새벽배송으로 인한 과로사가 명백하다”며 쿠팡 측에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심야 업무 노동자가 숨진 뒤 과로사 대책을 쿠팡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 씨 과로사는 쿠팡에 의한 간접적 타살이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실제로 이 씨의 1차 부검 결과 뇌출혈 및 심장 혈관이 부어 있었다는 소견이 제시됐다. 과로사의 전형적 증상 중 하나다. 사망 전 이씨는 새벽배송을 위해 1년 간 주 5일, 밤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이 씨의 동료들은 “쿠팡 측으로부터 근무시간 내에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업무를 강요당하고 1시간인 무급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일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쿠팡을 중대재해다발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시민사회·정부·국회로 이뤄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로켓배송, 총알배송처럼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을 표방한 배송서비스 뒤로 수많은 택배노동자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로켓배송, 총알배송처럼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을 표방한 배송서비스 뒤로 수많은 택배노동자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쿠팡 측 “주 4일, 40시간 근무에도 과로사라고?”
이씨의 사망이 과로사라는 대책위원회의 주장이 이어지자 쿠팡 측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3월 8일 쿠팡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과 유가족분들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 회사는 고인의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씨의 과로사에 대해서는 그 인과성을 부인했다. “이 씨는 2월 24일 마지막 출근 이후 7일 간 휴가 및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았던 상태에서 사망했다”며, “지난 3개월 간 이 씨의 평균 근무일수는 4일이었으며, 근무시간은 주 40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의 근무 시간 및 근무 일수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주 6일, 71시간 근무형태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합의기구가 권고한 주 60시간 근무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고인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당국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회사도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예단이나 일방적인 주장이 보도되지 않도록 살펴주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정규직 전환·인센티브 희망고문에 무한경쟁에 시달리는 배송기사들
그러나 쿠팡의 반박글은 오히려 불 붙은 택배기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겪이 됐다. 매일 1시간씩 주어지는 무급 휴게시간이 명목만 있을 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택배기사들의 주장의 근거는 쿠팡이 채택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 제도와 인센티브 제도에 있다. 현재 쿠팡은 택배기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 승급이나 승진 등을 택배기사들 간 상대평가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과 인센티브가 아쉬운 택배기사들이 무급 휴게시간도 반납하고 배송을 진행하는 이유다.

택배기사들은 쿠팡의 이와 같은 제도가 노동자가 스스로 과열된 경쟁에 뛰어들게끔 만들어 기업은 높은 생산성을 가져가면서도 이에 따른 노동자 근로환경에 대한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쿠팡측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입한 '업무용 앱 셧다운'도 보여주기식 관리일 뿐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대책위원회는 "쿠팡이 주장한 주 40시간 근무는 실제 근무시간과 맞지 않으며, 설 연휴와 1년 만에 사용한 휴가도 포함해 계산하는 등 책임을 면피하려 했다"며 비판했다.

쿠팡의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택배노동자 과로사방지 대책위원회가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제공=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위원회)
쿠팡의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택배노동자 과로사방지 대책위원회가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제공=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위원회)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사회적 규제를 통해 심야 배송을 금지시키고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을 이제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켓배송', '심야배송' 등 새로운 방식의 택배 시스템을 도입해 업계를 선점한 쿠팡. 그러나 노동자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소비자의 편리 증대를 도출해냈던 서비스가 결국 노동자를 갈아 만든 서비스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을 시장한만큼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서라도 노동자 착취 기업이란 오명을 벗고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