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사장의 CEO칼럼] 신축년(辛丑年) 구정(舊正) 단상(斷想)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국제PEN한국본부 이사

2021년, 신축년(辛丑年) 구정(舊正)을 맞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신(辛)은 흰색’, ‘축(丑)은 소’를 의미해서 ‘흰 소띠 해’다.  
 
예로부터 소(牛)는 힘과 우직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 ‘여유, 평화, 의지, 의로움, 용맹함, 성실함, 충직함’을 상징한다.​

조선 세종 때 황 희(黃喜) 정승이 벼슬길에 오르기 전 이야기다. 
황 희가 길을 가다가 두 마리의 소를 부리며 논을 갈고 있는 노년의 농부를 보고 큰 소리로 물었다. “누렁이 소와 검정 소 두 마리 중에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나요?” 

그러자 농부는 일손을 놓고 황 희에게 다가와 “누렁 소가 더 잘 합니다”라고 귓속말로 대답했다. 
귓속말에 의아해하는 황 희에게 농부가 덧붙였다. “두 마리 모두 다 힘들게 일하는데 어느 한쪽이 못한다고 하면 그 말을 들은 소가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소.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오.” 

그 농부의 가르침에 크게 깨우친 황 희는 타인의 단점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았다고 전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분노와 증오에 찬 문자가 난무한다. 필자는 그런 문자를 받으면 즉석에서 지워버린다. 

‘소뿔 모양을 바로 잡으려다 소까지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란 말을 떠올린다. ‘교각살우(矯角殺牛)’란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 그 방법이나 수단이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칠 때 쓰이는 말’이다. 

기업의 인사제도나 경영혁신을 위한 구조조정 시에 깊이 새겨야 할 금언(金言)이다. ‘달을 바라보라는데 손가락 끝만 처다 본다’는 ‘견월망지(見月忘指)’란 말도 마음에 새긴다.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어둡게 보인다. 그래서 불자들은 “맑고 향기롭게”를 암송하며 합장한다.   

신축년 구정(舊正)을 맞아 소와 관련한 재미난 마을 이름을 살펴본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소똥령(嶺)’이란 고개는 시장에 팔려가던 소들이 고개 정상의 주막(酒幕)집 앞에서 소똥을 많이 누어 산처럼 쌓였다는 유래가 있다. 

경남 거창군에는 ‘소가 어린 아이를 맹수로부터 구했다’는 전설이 있다. 인간을 위해 온 몸을 바친 ‘소의 의리와 헌신’을 기린다는 ‘우혜리(牛惠里)’란 마을이 있다. 어찌 보면 소는 모든 걸 인간에게 아낌없이 내주는 나무와 같다. 

서울 서초구에는 ‘소가 졸고 있는 듯한 산’으로 보인다는 ‘우면산(牛眠山)’이 있다. 경북 울산시 북구 당사동 해양레저 체험마을, ‘우가(牛家)마을‘은 누워 있는 소의 모습과 비슷한 ‘우가산(牛家山)’자락에 있다. 전남 나주시의 ‘구축(九丑)마을’은 ‘아홉 마리의 소를 길러서 마을을 발전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검은 돌담 그리고 등대 절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 ‘우도(牛島)’란 지명도 ‘누워있는 소’를 닮아서이다. 

1990년 여름 어느 날, 송 정웅(배우 송 일국의 아버지) 前대우전자 전무와 김 영배 前경총부회장과 함께 우도의 아름다운 풍광(風光)을 둘러보았다. 한국통신(KT) 초창기 무선전화 광고방송 모델로 유명한 ‘김 철수 우도 이장’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제주 우도(牛島)의 바다 풍광
제주 우도(牛島)의 바다 풍광

다음 날 새벽 5시경 일찍 일어나서 평소 습관대로 혼자 우도를 조깅하러 나섰다가 객사(客死)할 뻔 했다. 송아지만한 떠돌이 들개 들이 내 주변을 에워싸며 따라오는 바람에 혼비백산(魂飛魄散), 간신히 도망쳐서 목숨을 구했다.
 
인가(人家)가 드문 우도의 새벽에 간신히 찾은 집 앞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쳐도 인기척이 없었다.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에 식은땀이 난다. 인적이 드문 외지(外地)에서 새벽에 혼자 조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도에서 야생(野生) 떠돌이 들개를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