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만의 컨택센터 칼럼] 생떼를 쓰네!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회장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회장

2월1일부터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 11개 고객센터 중 10개 고객센터 940여명의 상담사가 파업에 들어갔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생활임금 쟁취, 근로기준법 준수, 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고객센터 직영화 쟁취라고 한다. 그들은 상담사들의 도움이 절실할 때에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고 뿌리치며 고객의 불편을 외면하고야 말았다. 

원래 매달 첫째 주는 전월 건보료 납부 기간 인데다 1월 보험료는 올해 인상된 건보료율이 적용되는 첫 달이어서 평소보다 콜이 폭주할 것이 뻔한데도 파업으로 전화를 받지 않으니 고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건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파업 중인 상담사를 대신해서 ARS가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 파업으로 전화 연결이 어렵습니다. 잠시 후 다시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요구사항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아마도 직고용일 텐데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웃소싱 전문기업(대부분 대기업)의 정규직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센터를 처음 구축할 때  고객센터를 직접 운영하기 보다는 전문기업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인입되는 콜 량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 하면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아웃소싱을 맡겼는데 그들에게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파업을 한 이유는 대통령을 위시한 정치인들이 그들에게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인 2017년 5월12일 인천 공항을 방문해 “임기 내 공기업에 대해서는 비 정규직 제로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4년 전 그날 이미 오늘 벌어진 문제를 잉태했던 것이다. 

대통령은 그 날 만난 비 정규직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소속은 달라도 인천공항공사에서 봉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행운아들이었다. 

대통령에게는 그들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곳에 취업하고 싶어 눈칫밥 먹으며 고생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날 이후로 많은 공공기관 고객센터들이 자의반 타의반 직접 고용을 하거나 자회사를 만들게 된다. 이렇듯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을 인지하고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 했어야만 했다. 

어찌 되었든 공공기관 소속 기간제 근로자와 같은 비 정규직은 명백한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민간 위탁업체는 전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규직 전환 대상과 기준에 대한 방침을 뭉뚱그려  얘기하는 바람에 ‘정규직 직원이 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만든 것이 문제였다.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이 낮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들이 건보에 기여하는 가치를 평가해 그에 맞는 임금을 책정에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에 건보에서 180명 정도는 건보직원으로 운영한 적이 있다. 그 업무도 나중에는 아웃소싱기업에 주었지만 아웃소싱 기업 상담사가 받은 임금은 동일 노동을 했던 건보 직원과 같은 동일임금을 받지 못했다. 

만약 지금 어떤 기업인이 같은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식은 봉급을 많이 주고, 다른 직원은 적게 준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누군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릴 것이고, 20만 명의 추천을 받아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그 기업인을 일벌백계로 죄를 물었을 것이다. 

컨택센터 상담사는 비대면으로 고객의 문제를 신속.정확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기업에 기여하는 가치가  대면으로 근무하는 직원에 비해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컨택센터 상담사는 단일 호봉제이고, 대면부서 직원은 차근차근 호봉을 쌓아가 몇 년 지나면 임금 차이가 많이 나게 되는 구조다. 

요즘 기업들은 일반 직원이라도 회사에 기여도가 많다면 임원보다도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시대다. 

제발 이번 기회에 체계적으로 40만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는 컨택센터 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철저히 해서 상담사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그들이 회사에 기여하는 가치만큼 적정한 임금을 받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상담사들은 굳이 발전 가능성도 없는 공공기관에서 서자 취급 받느니 전문 아웃소싱 기업에서 다양한 업무를 하며 성장의 발판을 디디고자 할 것이다.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회장
푸른아시아 (기후위기 대응 NGO 환경단체) 이사
(사)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이사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