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집에만 있을 수 없는 중장년 여성들, 갈 곳 없는 신세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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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김민서 뉴스리포터] 정부가 급감하는 인구 절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제3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한다.

여성과 고령자 등을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고령층의 사회적 비용 부담을 낮추고 출산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고령층과 여성 모두를 아우르는 중장년층 여성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동 거는 인구정책..중장년 여성을 위한 정책은 어디에?
3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의 주요 핵심은 여성과 베이비붐 세대를 다시 일터로 불러들이는 데 있다. 이들을 생산가능인구로 편입해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줄어드는 경제활동인구를 유지하겠다는 게 그 목적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가 내건 정책은 돌봄 사업의 효율화와 양성평등 근무 여건 조성, 시니어 창업 지원 등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1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8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 겸 제1차 혁신성장전략회의 정례 브리핑에서 전해졌다.

이번 3기 태스크포스의 중점 과제는 지난 1기와 2기의 중점 과제와 이어진다. 지난 1, 2기 TF에서도 정부는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방증하듯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동인구는 국가가 맞닥뜨린 시책 중 하나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국가 경제 침체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 문제인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대안은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마련된 것들이 도돌이표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여성과 중장년 및 고령층의 일자리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중장년 여성을 위한 일자리 마련은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고등교육과 기술교육, 가사에만 매진해야 했던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취업 문이 더 좁을 수밖에 없는 현 중장년 여성들의 특수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60세를 넘어 70세까지 일하고 싶다'는 중장년의 바람이 담긴 통계 조사는 남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에 위태로운 여성 일자리..코로나 블루에도 더 취약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2억 550만 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가 아스라이 사라졌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및 공공생활 제한으로 전 세계에서 전체 노동시간의 8.8%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위기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비정규직이나 임시, 단기직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의 바람을 타고 활성화된 특정 산업을 제외한 기존 산업은 유지와 생존이 한해 전략으로 치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가 몰고 온 고용한파는 여성과 고령층, 청년 등 취업 취약계층에 더 매서웠다. ILO는 "일자리 감소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3조 7000억 달러(약 4079조 2500억 원)규모의 소득이 사라졌으며, 여성과 젊은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후 취야계층의 구직 지원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성, 그리고 고령자는 모두 취업 취약계층에 해당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후 취야계층의 구직 지원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성, 그리고 고령자는 모두 취업 취약계층에 해당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7월 발표된 조사에도 코로나19가 여성 일자리에 가져온 타격과 이로 인한 후유증은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17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민 25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저소득 여성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나타난 것.

코로나19 사태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82.8%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악역향이라고 판단하는 점수가 10점 만점 기준 남성이 7.22, 여성이 7.24로 0.2점 더 높았다. 연구팀은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의 평균 점수가 높고, 일상 회복이 더딘 수준"이라며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응답도 남성보다 더 많았다"고 전했다.

통계청 지역별 고용 조사의 '경력단절 여성 현황'과 국가통계포털 등을 분석한 결과 2020년 4월 기준 50세~54세 여성의 비취업 인원은 2만 1700명으로 지난해 동월 기준보다 2100명 늘어났다.

■젊은 경단녀에만 초점을 둔 여성 일자리 
문제는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여성들이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정부 정책이 육아나 출산으로 인해 경력단절이 발생한 30대 경단녀만을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 있다.

주로 육아, 결혼을 겪는 30대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는 것이 주된 대책이다. 육아휴직 지원이나, 돌봄 지원, 기업 내 양성평등 문화 조성 등이 이에 대한 일환인데 도리어 전체 여성의 일자리 정책이 30대에 국한된 방책에 그친 한계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

40대 후반, 50대 그리고 나아가 60대, 70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연령별 여성 일자리의 특이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불거지는 까닭이다.

서울시50플러스 재단에서 1월 27일 발표한 '서울시50+세대 실태:심층 분석 보고서'에 담긴 내용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장년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은 후 재진입한 일자리는 주로 판매서비스직과 단순노무직이다.

판매서비스직은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빠르게 일자리 수가 감소되고 있는 직종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앞서 무인화·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오프라인 매장 정리에 눈치싸움을 하던 기업들이 코로나19를 발판으로 구조조정을 본격화한 것.

유통 업계에서 정리하기로 한 오프라인 매장 다수는 중장년 여성들이 근무하는 일자리로, 이들이 대책 없이 실업으로 내몰릴 것이란 예측이 농후하다.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일자리임을 알면서도 중장년 여성들이 판매서비스직과 단순노무직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조차 재취업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기술이 부족하고 전반적으로 더 긴 경력단절 기간을 가진 여성이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을 따는 일과 같은 탓이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 여성의 경우 교육률이나 사회적 활동 기간도 현저히 낮다. 오랜 시간 가정 돌봄과 육아활동만 전전해온 이들이 별다른 취업 교육도 접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청소나 단순 서비스직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중장년 여성 실업자들에게는 적절한 재취업 교육과 일자리 마련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중장년 여성을 위한 맞춤형 재취업지원서비스 넓혀야 
#20대 후반 자녀를 둔 김정순(56세, 가명)씨는 줄어드는 남편의 소득과 늘어나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했다. 하지만 평생을 가사노동과 자녀의 양육에만 신경써 온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중퇴인 탓에 별다른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녀는 평소 알고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직업소개서 청소업을 알선받아 겨우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원해서 청소 업을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처음 스스로 돈을 벌고 월급이란 것을 받아 기쁘다"고 웃는 김정순씨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본인의 요청에 의해 익명으로 밝힘)

중장년 퇴직 후 현황(자료제공=서울50플러스재단)
중장년 퇴직 후 현황(자료제공=서울50플러스재단)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발표한 동 연구보고서에 내용에 따르면 50+세대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복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제도적 요인인 것으로 확인된다.

즉, 과거에 어떤 일을 했던 것과 무관하게 제도적으로 공공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전직교육과 교육훈련 참여가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서는 이와같은 교육 훈련에 참여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노동시장에 복귀할 확률이 13.5배나 높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노동시장에 복귀할 확률이 약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발간한 연구원은 "전직교육 및 교육훈련, 상담 사업 등은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변수이다"며 "중장년 여성 대상 제반 정책들을 수립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상담과 교육이 향후 여성의 재취업에 주요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곧 민간에서 제공하는 교육 또한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유통업처럼 산업 전반에서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경력단절 없이 타 산업군으로라도 재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의 경우 현재 근무하고 있는 기업에서 이들에게 재취업과 관려한 교육과 이직을 지원하는 방책이 절실하다.

그러나 현행 재취업지원서비스 법 상 비자발적 퇴직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 제공해야하는 기업은 고용보험 피보험자 1000인 이상으로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계약직의 경우 3년 이상 모기업에서 근무한 이력이 확인돼야 하는데, 많은 여성이 파트타임이나 임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인 이상 기업에서 근무 중이어도 대부분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기 마련이다.

결국 퇴사 후 실업 기간 동안 공공기관을 통한 재취업 교육밖에 기회를 얻지 못하며, 많은 여성들이 의도치 않은 경력 단절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애설계연구소 최승훈 소장은 "각 세대별로, 각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장년 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정 세대와 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실효성을 얻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소견이다.

최 소장은 "모든 비자발적 퇴사를 겪는 근로자들이 적절한 재취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에 역할과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